혼자라도 괜찮아? 혼자여서 괜찮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한국말, 혼자'라도' 괜찮아? 혼자'여서' 괜찮아?
전자의 말은 뭔가 짠해 보이는 느낌이고 후자의 문장은 뭔가 혼자인 것이 다행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는 싱글을 추가하는 워커홀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싱글이었거나 선천적 독신자는 아니고 각자의 개인적인 사정들로 인한 싱글 유지비결이 함께 전개된다.
남주인공 '이동욱'은 능력이 있는 논술 강사 '영 호'역을 맡았다.
'이동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차가운 도시 남자의 페이스를 가지고 있고, 그의 이미지에 맞는 아주 정 없고 개인주의 성향의 도시 남자로 표현된다.
단체보다는 개인, 사랑보다는 일, 오로지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전형적인 비혼주의자, 개인주의자 그 자체인 사람이다.
그의 표정은 아주 편해 보인다. 행복해 보일 때도 있고, 공허해 보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무던해 보이는 일상을 누리며 지낸다. 집안에 의자도 1개, 컵도 1개 있는 아주 프라이빗한 본인만의 공간도 있고, 혼자서도 크게 불편함 없이 혼자 밥 먹기를 할 수 있는 익숙함도 가지고 있다.
'영 호'는 어쩌다가 '혼자'가 되기로 했을까?
사실상 이영화의 주인공은 '주옥'과 '영호'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은 '주옥'과 '영 호'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주옥'과 '영 호'의 이야기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다.
'임수정'이 연기한 '현진' 역할은 그 후 뒷이야기로 나올만한 보통 그런 평범한 야기이다.
하지만 불꽃같았던, 그리고 불꽃이 식어가듯 식어버린 '주옥'과 '영 호'의 안타까웠던 사랑 이야기가 더 여운이 남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초반에는 한없이 '영 호'가 안쓰럽고 바보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영 호'는 기억의 편집을 통해서 본인이 사랑의 피해자인 것처럼 둘의 이야기를 각색한다.
물론 의도적인 각색은 아니지만, 본인 기억의 조작이었음을 깨우치고 나서는 얼마나 쥐구멍에 숨고 싶었을까 '주옥'에게 미안했을까?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헤어진 서로가 기억하는 장면과 대사들이 다를 수 있다.
'영화'는 본질부터가 개인주의자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사람임이 분명하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불꽃같이 사랑하고 불꽃처럼 시들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피엔딩'은 없어보인다.
더 큰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성숙해졌기 때문에, 혼자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인연의 소중함을 100% 느꼈을까?
그랬기 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영화'가 '현진'과의 만남을 시작하려는 걸까?
아니면 그들 역시 불꽃 같은 사랑을 하다가 말 것인가?
둘은 연애를 시작하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마냥 예뻐 보이진 않았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인가? 아니면 '주옥'만 바보가 된 것 같이 느껴지는 쓸데없는 감정이입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주옥' 다음으로 '이상이 배우'가 연기한 '병 수'가 제일 아름다워 보였다.
본인의 감정과 몸을 사랑할 줄 알고, 노래도 수준급이지만 본인만의 세계가 너무나도 확고한 배역이었다.
물론 이상이 배우였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었던 캐릭터이고, 실제로 저러한 동료가 함께 일한다면 아주 피곤할 것이다.
어쨌든 캐릭터를 잘 살려서 영화에 감초 요소가 된 역할이기도 하다.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
보고 나면 뭔가 개운하지는 않지만, 30대 후반이라면 많은 생각을 남기는 영화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